진행상황 정리
2회차다 보니, 일단 빠르게 부두보이즈까지 뚫어야겠다 싶어서 다른 미션이나 성장은 집어치우고, 퍼시피카를 향해 열심히 달렸다. 스샷이 다 날아간 관계로 사실 부두보이즈도 스킵할까 했지만,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풀리는 지점이기도 하고, 초일류 넷러너 컨셉으로서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시나리오이기에 어떻게든 해볼까 한다.
암튼 지금까지 상황을 대충 정리하면 이렇다. V는 아라사카 사건 이후 바이오칩을 빼낼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고, 그 중 하나로 아라사카 바이오칩 탈취 의뢰의 의뢰인 이블린을 추적하는 것. 그 과정에서 이블린을 이용한 장본인은 사실 퍼시피카의 부두보이즈였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들에게 찾아간다.
부두보이즈, 모든 사건의 시작점
부두보이즈는 나이트시티 최고의 넷러너들을 보유한 갱단이다. 이들은 나이트시티 남서부에 위치한 짓다 만 관광 신도시 퍼시피카를 근거지로 세력을 이루고 있다. 특히, 관광 도시의 일환으로 개발중이던 자기부상열차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신들만의 독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블랙월 너머를 수시로 들락날락 해 넷워치의 골치를 아프게 한다. 문제는 이들이 이러는 이유가 V의 이야기, 그리고 나아가 사이버펑크 세계관 전체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시작점이기 때문에 꼭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이버펑크 세계관은 2013년 기업의 인터넷 독점을 막겠다며 '레이치 바트모스'가 퍼뜨린 바이러스가 예상과 달리 모든 AI를 감염시켜 넷을 점령하게 만들었고, 인류는 이를 막기 위해 '블랙월'을 세우고 그 안으로 들어가 통합된 단 하나의 네트워크에 갇혀 살게 되었다는 것이 기본 설정이다. 이때문에 오히려 기업의 넷 독점과 통제는 매우 쉬워졌으며, 블랙월을 수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넷워치'라는 공권력까지 동원해 넷 상의 모든 것들을 철저히 감시하게 된다. 즉, 넷워치 입장에서 보면 부두보이즈는 블랙월의 균열을 내 AI들을 내부로 침투하게 만드는, 한마디로 인류의 존폐가 걸린 위험 행동인 셈이다.
그러나, 블랙월은 사실상 미봉책에 가깝다. 블랙월 밖의 자유 AI들을 끊임없어 교류하고 발전하며 50~60여 년간 엄청난 진화를 한데 비해, 인류는 한 줌밖에 안되는 작은 영역에서 연명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부두보이즈의 수장 마만 브리짓에 의하면, 이 블랙월 마저도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독자적인 AI라는 것. 즉, 인류를 AI의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AI의 손을 빌린다는 말인데, 일면 어쩔 수 없겠다 싶지만 분명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바로 이런 지점들로 인해 부두보이즈는 이미 블랙월의 붕괴를 거의 종교에 가깝게 맹신하고 있으며, 그때가 되었을 때 살아남고자 블랙월 너머의 자율 AI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며 방법을 찾고 있다.
문제는 이 망할 종교집단의 이런 맹신이 사이버펑크2077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는 것. 이들은 넷워치와의 전쟁 과정에서 인간의 인격을 AI화하여 블랙월 밖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는 '알트 커닝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를 자신들이 블랙월이 무너졌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 것 같다. 이들은 알트가 조니와 찐한 관계였다는 사실과 조니의 인격이 복제된 바이오칩이 아라사카에 있다는 사실도 알아내는데 성공했고, 그 조니의 인격체를 이용해 알트를 만날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렇게 요리노부의 내연녀인 이블린을 사주해 일을 벌이게 되는데, 바로 이 모든 일의 시작이였던 것...!
문제는, 이들이 AI와 넷에 관해서는 전세계 최고 수준인데, 어찌된 일인지 예의범절의 수준은 폐륜남 요리노부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자신들로 인해 죽을 위기에 처한 V에게 사과는 커녕, 마만을 만나기 위해선 심부름이나 하고 오란다. 심지어, 일이 끝나면 V를 죽일 생각으로 바이러스를 심어두기까지 했다. 물론 갱단의 부단장인 플래시드 ㅅㄲ의 독단적 행동이었다고 포장하긴 한다... 이 놈 성격은 진짜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아무튼, 일을 잘 처리한 뒤 돌아가면 드디어 마만을 만나게 해주고, 모든 전말을 듣게 된다. 여기서 몇 가지 분기가 있는데, 성리학의 나라에서 이러한 오랑캐식 예의범절은 차마 참을 수 없는 한국인들은 대체로 이 잔악무도한 잡교 무리들을 토벌하는 편인가 보더라. 난 마만의 예측이 일면 타당한 점도 있다고 봤기에 인류의 희망 느낌으로 살려뒀다. 분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확인하자.
미션 자체는 평범한 잠입 미션이다. 근육빵빵 헬창 형누님들의 진성마초갱단인 애니멀을 고용한 넷워치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난전과 혈육을 즐긴다면 그냥 다 부수고 처들어가도 된다. 중간에 무조건 진행해야 하는 보스매치가 있으니 주의할 것. 보스전 가기 전 확보할 수 있는 샷건만 가지고 싸워도 할만한 수준이다. 피가 무한정 회복되는 놈으로 첨보면 당황스럽겠지만, V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들 때 좌우로 회피해 등쪽으로 간 후 등에 달린 기계를 집중적으로 패서 박살내면 피젠이 멈추니 플래시드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엄한데다 신나게 풀어주면 된다.
넷워치 요원은 기업 놈답게 말로 구워 삶으려 한다. 물론 역시 기업 놈답게, 100% 틀린 말을 하진 않고, 절반의 진실만 이야기하는 화법으로 V를 농락한다. 1회차 당시에는 암것도 모르고 순순히 기업 놈의 말을 들어줘서 부두보이즈를 의도치 않게 몰살 시켰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면죄부를 주었다. 아무튼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넷워치 요원 제압 루트
1. 대화(진단) 없이 제압 -> 넷워치 요원 전부 사망, V 뇌 찌리릿, 돌아가서 플래시드에 항의해도 어쩔티비로 응수
2. 대화(진단) 끝까지 진행 후 제압 -> 넷워치 요원 전부 사망, V 뇌 찌리릿, 돌아가서 항의(어쩔루트) or 아구창 가능
두 경우 모두 알트 커닝햄 접촉 이후(인적요인 퀘 종료 후) 부두보이즈 학살 여부를 다시 한번 고를 수 있음
넷워치 요원 거래 루트
1. 대화 후 거래 -> 플래시드한테 멱살 잡히고 흔들리다가, 아구창 선택 가능
이 경우, 마만 브리짓 포함 부두보이즈 넷러너 전원 사망 + 부두보이즈 잔당(플래시드)과 전투
요는, 넷워치 요원 생존시 부두보이즈 확정 사망이고, 넷워치 요원 사망시 부두보이즈 생존 or 사망 여부 결정 가능
즉, 둘 다 맘에 안든다면 넷워치 요원을 일단 죽이고 보면 된다. 실리적인 걸 따지시는 분이라면 둘 다 죽이는 편이 속 편하다. 부두보이즈의 플래시드와 마만은 신화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처리하면 플레이에는 도움이 될 것. 그리고 어차피 살려준다 하더라도, 이후에 팬텀 리버티 진행에서 슬라이더(부두보이즈 출신)와의 대화 등등을 보다보면 어차피 몰살 당한 거로 처리되어 있다. 애초에 그걸 고려하고 만든 루트인듯.
이번 미션은 V가 경험한 일의 근본적 발단과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를 잘 녹여낸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조금만 관심 있게 데이터 단말기들을 훑고 다녔다면, 이런 세계관을 자연스레 습득하며 몰입할 수 있다.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조직이나 인물의 행동들, 그리고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자연스러움, 그리고 그러한 이면에는 각 인물들의 성격과 경험들이 녹아있다는 것이다.
부두보이즈를 예의범절도 모르는 오랑캐라 치부했지만, 실상 들여다 보면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이들은 대부분 아이티 출신의 난민들로, 기후위기로 아이티가 소멸하자 퍼시피카로 몰려들었다. 기업은 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해 퍼시피카를 관광도시로 기획하지만, 상황이 안 좋아지자 손떼고 떠나버린다. 그렇게 퍼시피카의 경제와 치안은 나락을 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상황을 정리한 것이 바로 이들이다. 게임 상에서도 퍼시피카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NCPD가 아닌 부두보이즈가 치안을 담당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처음 플래시드를 만났을 때에도, 그는 상황이 어려운 퍼시피카 주민들에게 직접 닭고기를 손질해 전달하기도 하는 등 인간적 면모도 보인다.
그런 그들이 타인에게는 '라니옹(바닥걸레)' 취급을 할 정도로, 이상하리만치 사이코스럽다. 그러나, 그들의 배경을 보면 모든 게 이해가 간다. 그들은 기후위기로 침몰한 조국을 떠나 퍼시피카로 몰려온 아이티 난민들이 주류를 이룬다. 기업은 이들의 노동력과 소비력을 노리고 관광도시를 기획하지만, 경제난이 생기자 나몰라라 떠났다. 결국, 사회적 공황 상태가 된 퍼시피카에서 차별받는 아이티인들의 이권과 신변의 안전을 보호하고자 생겨난 '진짜 미국의 갱단'인 것이다. 그런 그들이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게 바로 넷러닝 기술이었고, 부두보이즈는 이를 바탕으로 퍼시피카에 어느정도 안정을 가져온다. 배타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유도 '정부나 기업에 대항하기 위함'이라기 보단, 그저 '먹고살기위함'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AI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또 다른 '탈출'을 준비한다는 점은 어찌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들의 탓도 아닌 기후위기로 인해 삶의 터전이 몽땅 잠겨 사라진 이들에게, 블랙월이란 제방이 무너져 AI 공격의 홍수가 벌어질 것이라는 넷워치의 논리는 설득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식민지배나 환경파괴 등으로 정작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손을 벌리고 해답을 찾는데 익숙했던 이들에게, 블랙월 밖 AI가 인류 멸망을 불러올 악마스러운 것이란 논리 역시도 납득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AI의 공격에 풍전등화로 놓인 채로 블랙월에 빌붙어 겨우 목숨만 연명하는 지금 인류의 삶은 그들이 보기엔 곧 잠겨버릴 아이티를 떠나지 못하는 미련했던 십수년 전 자신, 혹은 자신의 부모들을 떠올릴 뿐이다. 알트와의 만남에 집착하는 데는 다 그럴 이유가 있었다.
문제는 그들의 넷러닝적 성취로 인한 자긍심이 민족적 결집과 안정을 이루기 쉬운 만큼, 자칫 배타적 선민의식으로 빠지기도 쉽다는 점이다. 마만 브리짓도 게임 내에서 종교에 대해선 어느정도 선을 긋기는 했지만, 블랙월 너머 세계로 인도해줄 알트 커닝햄을 거의 여신 수준으로 받드는 경향이나, 그런 그녀를 받드는 퍼시피카인들을 보고있자면, 거의 종교적 광신도들에 가깝다. 실제로 나중에 퍼시피카로 가보면, 마만 브리짓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퍼시피카인들이 그녀가 블랙월 너머로 떠났고 언젠간 돌아와 자신들을 구원하리라는 믿음을 갖고 산다고 한다. 그들에겐 그녀가 종교에 가까운 존재였던 것.결국, 마만 브리짓과 플래시드가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이토록 경솔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퍼시피카인들이 가진 배경 때문이었다. 그 정도의 맹신이 있었기에 그 짧은 시간 내에 그러한 성취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폐쇄적인 독립 퍼시피카를 구축한 그 순간, 그들의 붕괴도 정해진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아무래도 게임의 핵심이 되는 에피소드다 보니, 내용이 많이 길어졌다. 그만큼 의미 있는 에피소드였음은 분명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CDPR의 장점인 결정에 대한 연계가 이 중요한 에피소드에서만큼은 미비하다는 점. 넷워치 요원이나 퍼시피카인들과는 이후로 연계되는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내 경우엔 부두보이즈를 살렸음에도 불구하고 마만이나 그 일당이 모두 몰살 당한 것처럼 여기저기서 이야기 한다는 것이 그랬다. 빠른 후속작을 계획하고 있다는 관련 기사를 봤을 때는 뭐 그럴 수 있겠다 싶긴 하지만, 이 에피소드만큼은 뭔가 있었음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너무 길어진 것 같지만... 아무튼, 이후에는 알트와의 첫 만남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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