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스팀 겨울 할인 기간 동안 어떤 게임을 사야하나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사이버펑크2077'을 구매하게 됐다. '사이버펑크2077'은 '위처' 시리즈(뿐만은 아니지만)로 유명한 CDPR의 최신작으로, 출시 당시 굉장한 기대를 불러모았다. 그러나, 출시 직후의 엄청난 버그와 컨텐츠 부족 등 기대에 못 미치는 퀄리티로 게이머들에게 굉장한 실망을 안겨줬다. 소위 똥겜 취급을 받으며 유저들의 외면을 받던 '사이버펑크2077'은 '팬텀리버티' DLC의 출시와 2.0패치를 기점으로 그 취급이 극적으로 달라졌다. 때문에 원래는 '발더스게이트3'와 '스타필드' 사이에서 고민하며 안중에도 없던 '사이버펑크2077'을 구매해서 플레이하게 됐다.
'사이버펑크2077'은 오픈월드의 명가 CDPR의 작품답게, 굉장히 많은 분기점과 캐릭터 육성 방향 등이 존재하는 RPG 장르의 게임이다. 게임을 추천해준 지인은 사전에 공부를 좀 하고 들어가면 좋다고 말해줬으나, 어차피 다회차를 플레이해야 한다면, 1회차는 가볍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해보고 2회차부터 깊게 파보자는 마인드로 덤벼들었다. 원래는 가볍게 메인 퀘스트 위주로 빠르게 클리어하고, 2회차를 즐겨볼 생각으로 했는데, 생각보다 사이드 퀘스트들이 너무 매력적이라 흘러가는대로 하다보니, 플탐이 55시간이나 나와버렸다(물론, 중간에 뻘짓한 시간들이 좀 많다). 그래서 몇회에 걸쳐서 리뷰글을 올려볼까 한다.
캐릭터 생성
새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먼저 캐릭터의 출신을 고르게 되어있다. 일단, 세 진영은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아주 큰 영향을 주진 않아 보인다. 다만, 진행하면서 V의 출신에 따라 스타트 지역이 다르며, 고를 수 있는 대화나 행동의 선택지가 생긴다.
각 출신을 간단히 설명하면, 노마드는 대놓고 서부시대의 무법자 컨셉이고, 부랑아는 주로 범죄로 먹고 사는 도시 하층민으로 이 세계관에서는 엄청나게 차별받고 거의 매일같이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다. 기업은 세계관 내 기득권 집단으로, 정부보다도 영향력이 막강하며, 아마 V가 기업 출신으로 하게될 경우, 기업 말단이나 뭐 그런 걸로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1회차기도 하고, 얼마전 레데리2를 즐겼기 때문에, 낭만 넘치는 노마드로 플레이하기로 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단순한데 디테일하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해보면 안다. 일단, 얼굴이나 전체적인 외형은 갖춰진 선택지 내에서 고르는 정도이다. 문제는, '그것'도 고를 수 있다는 것. 심지어 남성인데 여성의 그것을 고를 수도 있다...
게임 내에서 활용되지도 않는데 굳이 고를 수 있게 한 것도 신기하지만, 상당히 사실감 있는 묘사에 큰 충격을 금치 못했다. 불편한 사람은 '없음'도 가능하니 그것을 고르자. 없는 V는 슬프겠지만, 옷갈아입힐 때마다 그걸 봐야하는 내 마음이 더 슬플 수 있다.
좌우지간 캐릭터는 최대한 동양인 군인 느낌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유는 없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스톼일...) 수염을 좋아하니 넣어줬는데, 인게임에서 보니 너무 이상해서 나중에 그냥 면도시켰다... 다행히 외형은 게임 플레이 중에도 바꿀 수 있으니, 너무 부담갖지 말고 만들자.
프롤로그
극초반 스토리는 간단하다. V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 중 하나인 '재키'를 만난다. 재키는 명성에 목말라 있는 친구로, 밀수품 운반 의뢰를 기점으로 V와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된다. V는 재키와 함께 '나이트시티'의 여러 의뢰들을 처리하면서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 나간다. 재키 외에도 '넷러너'인 'T-버그'가 동료로 있는데, 사펑 세계관에서는 보통 중개인으로 의뢰를 받고 판을 셋팅하는 '픽서'와, 해킹 등 사이버 공간 상으로 침투하며 임무를 보조하는 넷러너, 물리적 공간의 침투를 담당하는 사이버펑크들로 팀이 구성된다.
극초반의 미션은 내 기준에선 호흡이 상당히 빠른 편인데, 앞으로 V의 인생에 핵심이 될 인물들이 우루루 등장한다. 리퍼닥 '빅터', '미스티', '덱스', '이블린', '주디' 등등... 모두 소개할 순 없으니 넘어가고. 나름 유명세를 탄 재키와 V는 나이트시티에서 이름있는 픽서 중 하나인 덱스로부터 큰 건을 하나 수주하게 된다. 바로, 나이트시티를 주름 잡는 대기업 '아라사카'의 핵심기술이 담긴 바이오칩을 훔치는 것. 아라사카 기업 총수의 아들인 '요리노부'와 내연관계인 '이블린'은 이 바이오칩을 빼내어 주면, 팔자를 뜯어고칠 수 있는 막대한 돈을 약속했고, 부와 명성을 좇는 재키는 당연히 이를 수락했다.
마지못해 일을 나선 V는 재키와 덱스, T-버그를 만나 계획을 의논하고, 실행하기에 이른다. 여차저차 준비를 마친 이들은 비즈니스맨으로 위장해 아라사카에 침투한다. 계획대로 요리노부가 방을 비운 사이, 바이오칩을 훔치는데 성공한다. 침대맡에 요리노부가 남긴 신화템 권총도 들고 신나서 있는 와중에, 갑작스레 요리노부가 방으로 돌아온다. 당연히 잘 풀릴리없겠거니 생각했기 때문에, 숨어서 기다리는데, 예상치 못하게 기업 총수인 사부로까지 나타나면서 파국으로 치닿기 시작한다. 한술 더떠서 요리노부가 사부로와의 말다툼 끝에 목졸라 죽이는 패륜까지 저지르는데... 일이 당연히 잘 안 될 거란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답없이 안 될 거란건 전혀 예상 못했기 때문에 이때 정말 심장 덜컹했다.
당연히 자신의 짓임을 인정할리 없던 요리노부는 독살을 핑계로 건물을 봉쇄하고 만다. 갑작스런 일로 발각된 T-버그는 공격으로 죽고, 탈출 과정에서 벌어진 총격전으로 재키도 죽어버리고만다. 심지어 바이오칩 케이스마저 망가져, 칩이 손상되기 시작하는데, 이블린은 이를 막기 위해 칩을 이식해서라도 가져오라고 한다. 결국 V는 칩을 몸에 이식한 상태로, 덱스에게 향한다. 그러나, 덱스는 픽서답게 이 난리통에 혼자 살 궁리를 하게 되었고, 지나치게 아라사카를 무서워한 나머지 V 머리에 총알을 박아 죽여버린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V의 머리에 심어두었던 바이오칩에 총알이 걸려 죽지않았고, V는 바이오칩에 있는 데이터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바이오칩은 사실 무려 50년쯤 전에 아라사카 빌딩에 핵폭탄을 터뜨리고 장렬히 전사한 전설의 테러리스트 '조니 실버핸드'의 기억 데이터가 담긴 것으로, 영생을 꿈꾸던 아라사카 사부로의 비밀 프로젝트의 프로토타입이었던 것. 그렇게 V는 조니가 아라사카에 핵탄두를 선물하는 모습을 보며 웬 폐차장에서 눈을 뜬다. 눈을 뜬 그가 본 것은, 자신의 시체를 찾아주러온 덱스와, V를 확인한 후 가차없이 덱스를 죽여버리는 사부로 회장의 충실한 보디가드 '타케무라'의 모습이었다. 타케무라는 V와 긴밀한 사이인 리퍼닥 '빅터'에게 V를 데려가고, 겨우 정신을 차린 V가 머릿속 조니와 처음 마주하게 되면서 프롤로그가 마무리된다.
도입부인지라, 사실 게임 자체에 대해선 크게 뭐라 할 건 많이 없었고, 게임 적응하는데 집중한 것 같다. 아직 레벨도 많이 낮아 전투 스타일도 매우 단조롭고, 그냥 뒤에서 목조르기만 열심히 했다. '어쌔신크리드'를 최근에 해서 그런지, 암살 특화로 애를 키우고 싶었는데, 초반부에는 스나이퍼를 죽었다 깨어나도 안줘서... 그냥 죽어라 목만 졸랐다. 때문에 평가를 하긴 좀 이른 듯 한 느낌이다.
다만, 프롤로그를 포함한 초중반 한정으로 조니의 이야기를 풀어 나갈 때, 강력한 조니의 플레이를 하는 동안에 쪼렙 V로서는 할 수 없는 스타일리쉬하고 저돌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게 설계한 점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열심히 목조르다가 조니가 되어서 이리저리 뛰댕기며 기업놈들 쓸어버리는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도입부만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스토리 라인이 매끄럽다. 시나리오 자체도 메인 퀘스트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나같은알못도 사이버펑크 세계관에 천천히 녹아들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적당히 익숙해졌다 싶을 때, 갑자기 내 친구 다 죽여버리면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려 버리는 것도 너무 내 스타일이다.
도 조간지가 정말 멋있게 등장한다. 조간지는 성격 개차반인거 감안하더라도, 일단 너무 간지난다. 너무 키아누 리브스같아서 나중에 찾아보니, 실제 성우와 배역을 맡았다고 한다. (ㄷㄷ...)
아무튼 도입부는 사이버펑크2077의 세계관에 잘 녹아들 수 있는 거대한 튜토리얼로서 잘 기능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때문에 주저리 주저리 두서가 없어진듯 하지만, 다음 리뷰부터는 좀 간결하게 잘 정리할 수 있길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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